2024 소상공인 상세페이지 지원 사업 간담회, 실망감 속에 마쳐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어디로”, 형식적 운영에 실망감 표출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오영주)와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대표 이태식)이 주관한 ‘2024년 소상공인 상세페이지 제작지원사업 간담회’가 지난 17일 서울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사업 개선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형식적인 운영과 미흡한 대응이 부각되며 실망감만 남겼다는 평가다.
이날 간담회는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이 주재했으며, 디자인 수행사인 모트(MOT) 대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상세페이지 제작지원사업에 참여한 12개 소상공인 온라인 쇼핑몰 대표들이 함께해 각자의 경험과 문제점을 공유했다.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문제는 디자인 수행사의 미흡한 진행과 결과물의 품질 저하였다. 한 소상공인 대표는 “모트측과의 상담이 소극적이고 원활하지 않아 시간만 허비했다”라며 “오랜 기다림 끝에 전달된 디자인 결과물은 브랜드와 제품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 사용할 수 없었다”라고 성토했다.
더불어 디자인의 천편일률적 제작과 품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석자들은 “결과물이 일괄적으로 제작돼 실제 쇼핑몰에 적용하기 어려웠다”라며 “수량이 아닌 질적인 부분에서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더 큰 논란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주관사인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의 반응이었다. 한 소상공인 대표가 결과물의 미흡함을 지적하자, “소상공인들이 디자인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불만은 더욱 커졌다.
한 참석자는 “사업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자리에서 책임을 소상공인들에게 돌리는 해명은 황당하다”라며 “이런 간담회라면 차라리 참석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라고 말했다.
2024년 소상공인 상세페이지 제작사업은 총 1,013개의 상세페이지를 제작하며 수치상으로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업을 수행한 소수의 디자인 업체가 양적 성과에만 집중하면서,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소상공인은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 100개를 제작했더라도 그중 소상공인의 브랜드와 제품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몇 개나 되는지 물어봐야 한다”라며 “수량을 줄이더라도 질적으로 우수한 상세페이지를 제작해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사업의 목적은 명확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형식적으로 완성된 페이지가 아니라, 고객의 관심을 끌고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맞춤형 디자인이다. 양적 목표 달성에 치중하다 보면 오히려 소상공인들이 ‘지원받은 상세페이지’를 활용하지 못해 사업의 본질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번 간담회에서 소상공인들은 오히려 구체적인 개선책을 제시했다. 맞춤형 디자인 강화로 브랜드와 제품 특성을 반영한 고퀄리티 상세페이지 제공, 원활한 소통 시스템 요청 상담 과정 개선과 신속한 피드백 체계 구축, 질적 수량에 매몰되지 않고 소상공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원 등이 그것이다.
간담회를 마치며 한 소상공인은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닌, 진정으로 소상공인의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사업의 수량적 성과를 넘어 질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024년 소상공인 상세페이지 제작지원사업’은 소상공인의 온라인 시장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수량이 아닌 질적 성과를 우선으로 하는 변화가 없다면, 이번 사업은 그저 보여주기식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디자인 수행사는 소상공인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2025년 사업에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과 이번처럼 주관사의 안이한 사업 진행의 개선이 소상공인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지원이 이루어질 때, 이 사업의 의미가 비로소 제대로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