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신진주 AI영화&다큐 컬럼] AI 영상 혁명, 예술의 경계와 사회적 책임감의 미묘한 줄다리기

-AI와 인간의 협업, 창작의 의미를 어떻게 재정립하느냐 중요 -인간이 없다면 기술은 방향을 잃기에 HUMAN의 중요성 강조 -인간 감독의 사회적 책임감이 필수적으로 작용 강조

2024-11-20     신진주 기자

 

AI 기술이 영상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방식으로 창작 과정이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영상 제작에서 단순한 보조자 역할을 넘어 창작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필자가 참여했던 국제‘Unhuman Shorts’ 에 작품 출품은 이러한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

AI 영화감독으로서 처음으로 AI와 함께 창작의 과정을 밟으며, 기술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를 깊이 고민하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창작의 결과물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AI와 인간의 협업이 창작의 의미를 어떻게 재정립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여정이었다.

이제 여러분들도 영상의 생산자 또는 소비자가 될 것이다. 위와 같은 필자의 제작 경험을 통해 여러분들에게도 가치판단 부분에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기에 미래학자 신진주 AI영화&다큐 컬럼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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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AI 기술은 영상 창작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폭발적으로 확장한다. 과거에는 대규모 예산과 인력이 필요했던 작업을 AI는 몇 가지 입력값만으로 구현해낸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AI는 스토리의 주요 키워드를 바탕으로 영상의 전반적인 구성과 시각적 요소를 제안했다. 특히 AI가 생성한 영상은 기존의 인간적 감각에서 벗어나 독특한 관점을 제시해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었다.

예컨대, 스토리 상에서 단순한 어둠의 이미지를 AI는 예측 불가능한 추상적 형태로 시각화했다. 이러한 점은 전통적인 창작에서 쉽게 얻기 어려운 새로움을 제공했다. 그러나 AI의 이 같은 잠재력은 결과물의 완성도를 보장하지 않는다. AI가 생성한 영상은 시각적으로는 매력적이었지만, 스토리와 맥락이 단절되거나 감정선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완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감독의 몫이었다.

둘째, 인간과 AI의 협업은 단순히 작업 효율성을 넘어 창작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생성 능력을 갖추지만, 본질적으로 맥락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장면을 구성했지만 이를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스토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감각과 철학적 고민이 필수적이었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시각적 측면에서 훌륭하더라도 서사의 흐름이나 감정적 충실도를 갖추기 위해 필자와 팀원들은 끊임없이 수정을 반복해야 했다. AI는 단독 창작자가 아닌 ‘보조 창작자’로 기능하며 인간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음을 재확인한 과정이었다.

셋째, 기술의 발전만큼 윤리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창작자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동시에 법적·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될 것인가?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편향적이라면 그것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얼마나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AI가 제안한 장면 중 일부는 의도치 않게 특정 문화적 상징을 왜곡하거나 부적절하게 표현한 경우가 있었다.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인간 감독의 사회적 책임감이 필수적으로 작용했다. 윤리적 기준과 기술적 발전이 함께 가지 않는다면 AI의 창작 잠재력은 오히려 사회적 논란으로 가려질 수밖에 없다.

AI 영상 혁명은 예술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있다. AI 영화감독으로서 이번 국제 ‘Unhuman Shorts’ 작품 출품은 AI가 창작 과정에서 강력한 동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동료는 인간 창작자의 정교한 통찰과 결합될 때만 비로소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AI 기술은 영화 제작의 속도와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상상력을 더할 수 있지만, 그 중심에 인간이 없다면 기술은 방향을 잃는다.

향후 AI가 영화 예술에서 점차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 창작자는 AI가 창출한 독창성을 해석하고, 인간의 감정과 메시지를 더하는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AI 기술을 창의성과 책임감 사이에서 조화롭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AI와 인간이 함께 창작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이 과정은 예술뿐 아니라 기술 발전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모범이 될 것이다.

AI와 함께한 첫 여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술과 예술이 융합할 때 가능한 창작의 지평을 열었다. 앞으로 AI 영화감독으로서의 새로운 도전은, 기술과 인간의 협력이 진정한 예술적 시너지를 이루는 모델을 제시하는 데 있다. AI와 인간이 함께 그려나갈 영화 예술의 미래는 그 자체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이다.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