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칼럼] 운동선수 부모님의 땀과 눈물

2024-09-09     신성대 기자

올림픽 경기중 긴장과 땀으로 얼룩진 선수들을 보는 순간 울컥하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듯 하다. 가슴 졸이고 차마 화면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국민은 물론 지도자도, 동료선수도, 관계자도 그랬겠지만 그런 마음의 으뜸은 부모님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선생님이나 동료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도 있겠지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운동장을 찾는 선수도 적지 않다. 부모님 손을 거쳤든 아니든간에 그 시간 이후로 부모님 속은 가마솥을 능가한다.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동기부터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의 10~20%만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엄중한 현실에서 내 자녀는 그 길을 무난히 갈 것이라는 기대로 논 팔고 소 팔고 시간과 마음을 온통 털어서 자녀를 응원한다.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학생선수들에 대한 부모님의 지원은 일반 학생들 부모님의 그것에 비해 사실 비교 불가다.

자녀의 훈련 과정, 시합,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 어디에서나 부모님들은  '을'이다. 간혹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부모님들도 있지만 훈련경비와 시합경비를 보조하고 때로 지도자의 인건비를 보조하더라도 부모님은 언제나 을이다. 아무리 잘해 줘도 지도자와 학교운영자, 행정가들은 '갑'이다. 최근에 경기도 수원에 있는 배구 명문 송산고 배구부가 교장선생님의 결정으로 해체 위기에 있어도 부모님들의 눈물어린 호소는 절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혼신을 다해 운동하고 지원하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학교운동부 해체가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또 학교 나름 고충이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 건전한 사회에서 을에 대한 이런 갑질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선수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도자가 잘못했다는 이유로, 선수들간에 갈등과 일탈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그렇게 쉽게 학교운동부를 폐지해선 안된다. 첫째는 선수들의 장래를 이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되고, 둘째는 선수들 못지 않게 헌신적으로 희생해 온 가장으로서 지도자들과, 선수들 뒷바라지를 위해 상상 이상의 고통을 함께 해 온 부모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 지도자, 부모님들이 그 동안 공들인 노력과 헌신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운동한 게 죄가 되어서도 안되고 운동 시킨 게 죄가 되어서도 안된다. 단국대학교 교수 재직 중 특기자로 대학에 입학했던 선수가 2학년 때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포기하면서 "우리 아버지가 이제는 스포츠 신문도 안보시고, 스포츠 뉴스, 스포츠 중계를 아예 안보신다."고 눈물을 글썽인 적이 있다. 선수도 선수지만 자녀의 좌절과 실패로 인해 평생 가슴에 대못이 박힌 채 살아가는 부모님들이 적지 않다.

반복되는 주장이지만 학교 울타리 안에서 수행되는 공적인 교육활동에 대해 학교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서 안된다. 학교운동부 활동은 대표적인 공교육 활동이다. 그러한 지원은 당연히 정부와 자치단체의 몫이다. 그러지 않아도 학생선수 자녀 뒷편에서 부모님의  등골은 휜다. 아니 대다수 꺾어진다. 자녀에게 소고기를 가끔 사먹여도 자신들은 쉽게 먹지 못한다. 늘 웃는 얼굴로 다니지만 살림 뿐 아니라 마음도 결코 순탄하지 않다.

세계 8위의 쾌거를 이룬 파리올림픽을 포함해서 모든 메달은 선수와 지도자, 체육단체는 물론이고 부모님들의 합작품이다. 이번 기회에 자녀 뒷바라지에 눈물겨운 노력을 계속하고 계시는 대한민국의 모든 선수 부모님들께 경의를 표한다. 메달 가능성과 관계없이 엄정한 절차를 거쳐 올림픽 응원단에 이 분들을 일부라도 반드시 '모시고' 갔어야 했다. 

강신욱 교수는 한국체육학회장,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집행위원장 출신으로 단국대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