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 해도 방이 꽉 찼는데"…휘청이는 안산 대부도 펜션업계

객실 가동률, 작년 95%→올해 20%대…"코로나 때보다 힘들어요" 대출이자 못갚아 경매직전 매매도…경기침체 등 원인으로 꼽혀

2024-08-28     김현주 기자

"한때 대부도는 펜션업계가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지금은 성수기에도 예약이 차지 않고 빈 객실이 많습니다."

최근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부진으로 인한 소비위축 등 영향으로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펜션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95%가 넘기도 했던 펜션의 객실 가동률이 올해는 20%대까지 급락하면서 펜션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28일 연합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말 기준 안산시 대부도에 있는 펜션은 674개이다.

대부도는 시화방조제로 연결돼 육지가 된 섬으로 갯벌 체험, 아름다운 석양, 해안을 따라 들어선 바지락칼국수와 조개구이집이 유명해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이다.

이에 따라 방 2~4개에 수영장, 바비큐장, 족구장, 정글짐 등을 갖춘 풀빌라 형태의 펜션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이용자들의 발길이 줄어 대부도 펜션업계는 현재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보다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26일 대부도에서 만난 한국농어촌민박협회 경기도지부 안산지회 김진석 회장은 "나도 여기서 펜션을 운영한 지 5년 차인데 지금만큼 경영이 힘든 적이 없었다"면서 대부도 펜션 5곳의 작년과 올해 예약현황표를 내밀었다.

이 현황표에는 5개 펜션의 작년 1~6월과 올해 같은 기간의 예약객실수와 객실가동률이 상세히 나와 있었다.

안산

한눈에 봐도 작년 예약현황표에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예약이 완료됐다는 의미의 '완'이 날짜별로 빼곡히 적혀 있으나 올해는 빈 날이 확연히 많았다.

펜션업계에서는 1~2월과 6~8월을 성수기, 신학기를 앞둔 3~4월을 비롯해 11~12월은 비수기로 여긴다.

작년 1월 5개 펜션의 평균 객실 가동률은 94.8%였으나 올해 1월은 전년의 절반 수준을 약간 웃도는 48.3%로 뚝 떨어졌다.

2월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객실 가동률이 지난해 95.7%에서 올해 59.3%로 감소했고, 올해 비수기인 3월과 4월에는 28.3%와 26.7%로 급락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기대됐던 6월과 7월에도 객실 가동률은 55.3%, 48.3%에 불과했다.

1년 전 대부도에 펜션을 신축해 운영 중이라는 최모 씨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7~8월에 90% 이상 예약이 됐다면 올해는 60~70%에 그쳤다"면서 "저는 그나마 새로 지어서 사정이 좀 나은 것이고 신축한 지 5~6년 된 펜션은 예약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대출받아 펜션을 짓고 그 안에 수영장 등 시설에 많은 돈을 투자한 업주들은 빈 객실이 늘어나면서 월 400만원 이상 되는 대출이자를 갚기도 어려워졌다고 한다.

김진석 회장은 "최근 9개월 동안 주인이 바뀐 펜션이 15개 정도 된다"면서 "불경기인데 펜션이 거래되는 것은 힘들어서 이자를 못 갚게 된 사람들이 경매 직전에 싸게 팔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도 펜션업체들은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데다가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대부도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도로 사정과 부족한 관광인프라로 인해 관광객이 대부도에 잠시 들렀다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화성시와 인천시로 빠져나가는 것도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대부도 펜션업체들은 대부도의 건폐율이 20%로 제한돼 펜션을 확장할 수 없다면서 화성시와 인천시처럼 건폐율을 40%로 높여 달라고 안산시에 요구하고 있다.

대부도

김진석 회장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해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밖에 없다"면서도 "시에서도 관심을 갖고 대부도 방문자가 이 안에서 하룻밤 묶으며 즐길 수 있도록 체험장이나 해변 데크 등 관광인프라를 많이 조성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