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순수' 국산화 목전…하수 재이용수를 초순수로 개발

삼성·SK의 용인ㆍ고덕 반도체 단지에 활용 추진 국산 설계·장비 적용 초순수 생산 가시화…품질검사 이르면 10월 완료

2024-08-27     김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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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가 미국 예일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하수 재이용수를 활용한 반도체 초순수 개발에 나선다.

27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달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연구사업비 60억원을 지원받아 하수 재이용수를 초순수 원수로 활용하는 기술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선 삼성과 SK가 경기도 용인·고덕 산업단지 등에 신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추가 용수공급을 위해 하수 재이용수를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하수 재이용수에는 특정 저분자 유기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하면 초순수 생산시설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기업들도 하수 재이용수 사용을 꺼리고 있다.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할 상용화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수자원공사가 미국 예일대 화공학과 교수진으로 구성된 워터센터와 함께 2028년까지 하수 재이용수를 초순수 원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처리 기술 개발에 나서게 됐다.

이경혁 수자원공사 연구원 박사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도 하수 재이용수를 초순수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 수처리 기술이 상용화되면 국내 반도체 공장이 필요로 하는 용수 공급이 한층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용인

이와 별개로 수자원공사와 SK실트론이 국산 설계기술과 장비·자재를 사용한 초순수 개발도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8월부터 국산 초순수를 반도체 웨이퍼 생산 현장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품질 테스트가 늦어지고 있다.

초순수 국산화 사업은 외산 장비와 자재를 사용해 설계를 국산화한 1단계와, 설계기술을 비롯한 장비·자재까지 모두 국산화하는 2단계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1단계 사업은 지난 5월 완료됐고 2단계가 진행 중이다. 이르면 2단계 사업을 8월에 완료해 생산 현장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마지막 품질 검증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반도체 웨이퍼에 직접 테스트하는 과정을 앞두고 있는데, 사업 수행기관인 SK실트론은 자사 웨이퍼를 대상으로 직접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으며, 수자원공사는 대만 업체에 테스트를 맡겼다.

초순수

수자원공사는 10월쯤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초순수는 반도체 웨이퍼(원판)의 불순물을 씻어내는 데 쓰인다. 말 그대로 무기질과 박테리아 등을 전부 제거한 극도로 정제된 물이다.

반도체 산업에 꼭 필요하지만, 우리나라가 웨이퍼를 처음 생산한 1983년 이후 지금까지 외국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반도체용 국내외 초순수 시장은 2028년까지 약 9.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자원공사와 SK실트론은 초순수 생산기술을 국산화해 하루 2천400t의 초순수를 생산하는 실증 플랜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443억원을 투입해 초순수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도 국산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