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해상 고온다습한 공기 끌고 오는 태풍…밤낮 더위 '부채질'
태풍 '종다리' 북상에 20∼21일 비 오지만 더위 오히려 부추겨 '열기+수증기' 태백·소백산맥 서쪽 더위와 열대야 심해질 듯
제9호 태풍 '종다리'는 열대 해상의 뜨겁고 습한 공기를 끌고 오면서 그간의 폭염을 식히기는커녕 오히려 밤낮없이 더위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19일 새벽 제17호 열대저압부에서 발달한 종다리는 현재 일본 오키나와 서쪽에서 서해상으로 북진 중이다.
종다리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최대풍속과 기압이 각각 초속 19m와 998hPa(헥토파스칼)로 세력이 태풍의 기준을 갓 넘는 수준으로 약하다.
내륙에 상륙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종다리는 서해안을 따라서 북상하다가 21일 오전 9시께 충남 서산 남서쪽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다시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해 해수면 온도는 29도 안팎으로 뜨거워 종다리가 세력을 키우기에 해양 열용량이 부족하지는 않다.
그러나 뜨거운 바다를 지나며 세력을 불릴 시간이 부족하고 태풍 위에 자리한 고기압이 태풍의 발달을 저지하고 있어 종다리가 더 강하게 발달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태풍이 서해상에 진입하면 내륙과 마찰하게 되는 점도 종다리가 더 강해지는 것을 막는 제약 요소다.
다만 종다리는 재차 한반도를 덮을 만큼 세력을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북진하며 열대 해상의 고온다습한 공기를 우리나라에 다량 유입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20∼21일 제주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오겠다.
20일 제주와 경남 해안에 가끔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남 해안 외 남부지방과 강원 산지는 오전 중, 강원 산지 외 중부지방에는 오후 들어 강수가 시작된다.
21일에도 전국에 가끔 비가 이어진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부산·울산·경남 30∼80㎜(제주 산지·중산간·경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최대 100㎜ 이상), 호남·대구·경북·울릉도·독도 20∼60㎜(전남 동부 남해안 최대 80㎜ 이상), 충청 10∼50㎜, 수도권·서해5도·강원 10∼40㎜다.
그러나 쏟아지는 비가 더위를 식히기는 역부족이다.
비가 끊기지 않고 내리기보다는 오락가락 이어지고, 태풍과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로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거세게 불면서 비가 내려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태백산맥이나 소백산맥 서쪽은 남동풍이 산을 넘으면서 한층 더 뜨거워져 오히려 폭염이 심해질 수 있다.
밤더위도 계속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돼 비가 내리면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나면서 밤에 기온이 떨어지는 것이 저지된다. 수증기가 열을 붙잡아 온실효과를 발생시켜서다.
이에 서울과 부산 등 '최장 열대야'가 진행 중인 서쪽 지역과 남해안은 물론, 전국적으로 열대야가 나타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20일과 21일 최저기온이 열대야 기준(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을 훌쩍 웃도는 28도로 예상됐다.
보통 태풍 등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나면 북쪽의 공기가 끌어내려진다. 북반구에는 저기압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만약 한반도 북쪽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자리하고 있다면 태풍이 지난 뒤 이 공기가 남하하면서 무더위가 누그러질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북서쪽에 자리한 건조공기는 찬 공기가 아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올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8월 중순 폭염이 강할 때 태풍이 들어오면 태풍이 지닌 열기와 태풍이 남쪽서 가져오는 수증기 때문에 더위가 더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