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바다, 집단폐사 코 앞" 양식어민들 발 동동
26도 넘긴 신안 바다, 양식 전복·우럭 등 벌써 시름시름
"폭염이 계속되면 대규모 폐사가 불 보듯 뻔합니다."
전복과 우럭을 주로 양식하는 전남 신안군 흑산도 양식 어민들은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애타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폭염특보가 8일째 이어진 6일 흑산도에는 고수온 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전복과 우럭의 경우 바다 온도가 26도를 넘길 경우 폐사가 시작되는데 흑산도 주변 바다는 최근 3일간 일시적으로 28~29도까지 올랐다.
당장 피해는 없지만 이미 집단 폐사가 시작됐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양식 생물의 경우 수온이 오르면 바로 폐사하지 않고 1~2달가량 시름시름 앓다가 폐사하는 탓이다.
흑산면 박춘배(51) 어촌계장은 "수온이 오른 바닷물에 전복과 우럭은 힘이 다 빠져버린 모습"이라며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창 먹이활동을 하며 성장해야 하는 시기지만 고수온 탓에 먹이조차 줄 수 없어 손을 쓸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고수온에 지친 생물에게 먹이를 주면 소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고수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산소발생기 등은 넓은 양식장 면적에 비하면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나마 현재는 물이 많이 들어오는 '사리 때'여서 수온이 조금 내려가지만, 물이 빠진 이후의 상황이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도 양식 생물 20~30%가 고수온에 폐사했는데, 올해 바다 상황과 양식생물들의 상태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훨씬 더 큰 피해 발생을 우려했다.
박 계장은 "2018년 이후 고수온 현상이 매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장담하건대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기상이변으로 나타나는 자연 현상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재난지원금이 나오긴 하지만 피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답답해했다.
신안군은 고수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촌계와 협력해 매일 상황을 기록하고 고수온 시기가 지나면 본격적인 피해 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바다에서 수온이 1도 오르내리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라며 "올해는 고수온 시기가 예년에 비해 좀 빨라진 만큼 현장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