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률]"임차권등기 하는 3가지 이유"

2023-12-18     정건희 기자

- 이사 후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 시켜주는 제도
- 전세금 지연 이자 청구는 가능, 관리비 납부 의무는 면제돼
- 이사 없이 임차권등기 신청은 세입자에게 장점 없어

# “전세 기간이 끝나 가는데도 신규 세입자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자 집주인은 당장 돈이 없으니 추후 신규 세입자가 들어오면 돈을 돌려주겠다며 이사부터 하라고 합니다. 이대로 집주인을 믿고 이사해도 되는지 제가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없는지 걱정이 큽니다”

[정건희 기자]최근 전세금 피해 사례 중 전세금반환을 볼모로 집주인이 세입자의 임차권등기 신청을 회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세입자가 집주인의 말만 믿고 그냥 이사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18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임차권등기는 세입자의 전세금 피해를 줄여주는 법적인 안전장치임에도 세입자 가운데 아직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만약 주택 임대차에서 임차권등기 제도를 숙지하지 않는다면 추후 전세금 분쟁 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임차권등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어떤 제도이고 무슨 장점이 있는지 잘 파악해야 효율적인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임차권등기 신청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이자 가장 대표적인 장점은 세입자가 다른 주택으로 이사하더라도 기존 주택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세입자가 이사할 때 가장 먼저 활용하는 법적 제도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는 일이다. 이는 세입자로서 법적인 보호를 받기 위함으로 혹여나 집주인의 채무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사할 곳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엄 변호사는 “만약 전세금반환에 문제가 있는 주택에서 다른 곳으로 세입자가 그냥 이사한다면 전세금 채권이 후 순위로 밀리게 되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반면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후 이사한다면 기존 주택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선 순위 세입자로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임차권등기가 갖는 두 번째 장점은 집주인에게 전세금 지연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금 지연 이자란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날로부터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는 날까지의 기간을 계산해 청구하는 이자를 말한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실은 세입자가 이사는 하지 않은 채 임차권등기만 신청하는 경우다.

엄 변호사는 “전세금 지연 이자 청구는 기본적으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집을 반환하는 명도의무가 전제 조건으로 따른다”며 “반면 세입자가 이사는 하지 않은 채 임차권등기 신청만으로 청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임차권등기의 세 번째 장점은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후 이사한 세입자는 기존 주택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지만, 월세나 관리비 납부 의무는 사라진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종종 세입자가 임차권등기를 걸어놨으니 관리비라도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주인의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는 법률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이기 때문에 세입자가 월세나 관리비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한편 이사는 하지 않은 채 임차권등기만 신청한 세입자는 임차권등기가 갖는 장점을 하나도 활용할 수 없다.

전세금에 피해를 본 세입자 가운데는 임차권등기를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임차권등기만 신청하면 임차권등기가 갖는 모든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 믿는다는 것.

하지만 이사를 하지 않은 채 문제의 주택에서 세입자가 계속 머문다면 굳이 임차권등기를 신청하지 않아도 여전히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고 있기에 임차권등기의 필요성이 떨어진다.

문제는 전세금 지연 이자 청구와 월세 및 관리비 등의 납부 의무를 임차권등기만으로 해결하려 할 때 생긴다는 점이다.

엄 변호사는 “전세금 지연 이자청구와 관리비 등의 납부 면제는 세입자가 명도의무를 이행했을 때 생기는 권리”라며 “세입자가 이사하지 않은 채 임차권등기만 신청했다면 임차권등기의 장점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