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방심위 5기 구성 지연, 책임져야 할 사람들
국민 피해 핑계는 너무 뻔뻔하다
[글=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주간]방송과 통신 콘텐츠 사후 심의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제5기 구성이 지연되면서 국민의힘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4기 방심위 위원들의 임기가 이미 1월에 만료됐는데 야당이 아직도 위원 추천을 하지 않아 국민 피해가 크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이 얼마 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들을 보자. “국민의힘이 무책임하게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음란 도박 마약 정보, 코로나19 방역 관련 허위조작정보 온라인상에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차기 방심위 출범 지연시키고 있는 행태는 청소년에게 성매매 음란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불법정보들이 국민들에게 전파 용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디지털 성범죄 정보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호소에도 즉각적인 심의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권리침해를 당하고도 보호나 구제를 받을 수 없는 다수의 국민이 발생하고 있다” “음란 도박 마약 불법정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은 지금 즉시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을 추천할 법적 의무를 이행하기 바란다” 등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김 위원은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근거로 △디지털 범죄정보 9393건 △성매매 음란정보 3만4202건 △도박 1만8708건 △불법식의약품 3만8551건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 민주당이 모든 책임은 야당에 있다는 식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는 지나치게 뻔뻔한 태도다. 물론 정부여당의 추천 인사를 먼저 봐야겠다는 국민의힘 입장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야당 몫으로 주어진 인사라면 정부와 여당의 추천 인물이 누구이건 상관없이 방심위원으로 적합한 인물을 추천하면 그만이다. 국민의힘이 당내 사정과 상관없이 평소 언론 미디어 전문성을 갖춘 검증된 인사들을 두루 모아 놓은 인재풀을 갖추고 있었다면 청와대와 여당이 어떻게 나오든 큰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만일 먼저 여권의 패를 보고 나중에 추천하겠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편파 언론인의 상징인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예상대로 방심위원장이 될 경우와 아닐 경우, 추천 인사가 다르기라도 하다는 뜻인가?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인가?
야당 압박만이 답이 아니다
필자가 아는 한 국민의힘은 그럴 만큼 계획적이고 치밀한 정당이 아니다. 아마도 제1야당으로서는 방심위 5기 구성을 빨리 마쳐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럼으로써 여당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따지고 보면, 막말로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해할 만도 하다. 문재인 정권은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홍위병들을 활용해 지난 보수정권이 임명한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들을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온갖 모욕을 주고 망신을 줘 인격을 말살하고 내쫓았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강규형 전 KBS 이사 아닌가.
그때 핍박을 받은 공영방송 이사들은 사적 차원에선 개인의 고통이지만 제1야당이란 공적 차원에선 야당 추천권이 완전히 무시되고 짓밟혀 사실상 박탈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수모를 당한 야당이 힘도 제대로 못 쓰는 구색용 추천권을 압박받았으니 굳이 문재인 청와대와 여당이 요구하는 기한에 맞출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야당을 존중하지 않는 여당의 폭압적 요구에 덩달아 깨춤을 추어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일 것이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방심위 5기 미구성으로 국민이 입을 피해부터 먼저 생각했다면 김용민 최고위원과 같이 불법 마약, 디지털 성범죄 등에 핑계를 대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런 범죄들로 인해 국민이 입는 피해가 있다. 방심위가 일정대로 구성돼 심의하고 있다면 일정 정도 피해를 막거나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심위는 다른 한편으로 TBS나 KBS MBC 등 공영방송의 친정부 편파보도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그런 보도에 족족 면죄부를 주는 방심위의 편파성으로 입는 국민 피해도 큰 게 현실이다.
예컨대 TBS가 받은 제재 75%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고 거의 전부가 객관성, 공정성 위반이다. 오죽하면 TBS의 이런 편파성을 해소해달라는 국민 청원글이 올라가고, 그 청원에 수십만 명이 동의했겠나. 많은 국민이 심각하다는 이런 문제 방송 보도 하나 제대로 시정하지 못하는 게 방심위 아닌가.
이런 문제는 쏙 빼놓고 음란 도박 마약 불법정보를 앞세워 마치 자신들만 국민을 위하고 야당은 아닌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건 양심 유무의 문제다.
민주당이 정말로 방심위 구성이 시급하다고 느낀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건 간단하다. 국민의힘이 원하는대로 해주면 된다. 정연주 전 사장이 차기 방심위원장으로 낙점됐는지 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추천 인사 명단을 밝히면 된다.
어차피 임명할 생각이라면 먼저 알려진들 달라질 게 뭔가. 어차피 방심위 구성은 청와대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현실이 이런데도 민주당이 국민 피해를 앞세워 야당 탓하고 압박만 하는 건 야당에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다. 어차피 권력을 쥔 민주당에서 양보해야 해법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