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대선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와 관련해 “확진자도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역 선관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리 투입’ 방침을 그대로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수도권 구·시·군 선관위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과 직원 일부가 지난달 중앙선관위에 “사무원이 확진자 투표용지를 대신 투표함에 넣는 지침은 혼선을 초래할 수 있으며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는 유권자가 직접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조항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또한 선관위 내부 익명 게시판에도 사전투표일(4, 5일) 전 중앙선관위의 ‘대리 투입’ 지침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온 가운데 "'확진자가 몇 명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중앙선관위 지침은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또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오후 5∼6시에 일반 유권자 사전투표와 함께 진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한 직원은 “사전투표소는 오후 5시가 가장 바쁜 시간”이라며 “실무를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 게시판에는 “투표관리관들의 멘붕이 예상된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결단을 내려달라”는 등의 글도 올라왔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그대로 대리 투표가 가능하도록 했고, 5일 사전투표에선 임시기표소 봉투에 기표된 투표용지가 소쿠리 등에 담긴 채 확진자에게 전달되는 등 유례없는 혼선이 빚어졌다.
지역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상당수도 중앙선관위 지침이 상위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동아일보는 한 지역 선관위원장은 “중앙선관위의 ‘대리 투입’ 지침은 ‘직접투표’를 보장하는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지난 총선과 재·보궐선거 때도 투표 사무원이 ‘대리 투입’을 했다”며 “공직선거관리규칙에 ‘이동 약자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조항을 근거로 장애인을 위한 대리 투입 지침을 만들었고 이를 확진자 사전투표에도 적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리 투입'은 자기 힘으로 투표함까지 이동할 수 없는 '이동 약자'를 위해 필요한 조치이지, 자기 발로 투표함까지 이동할 수 있는 확진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4일 신설된 공직선거관리규칙은 “격리자 투표를 위해 임시기표소를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규칙을 만들면서 왜 확진자를 위한 임시투표함 조항은 만들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하지만 수도권의 다른 지역 선관위원장은 “엘리베이터 없는 투표소에서 휠체어 장애인의 투표용지를 대리 투입해 주는 것은 예외로 볼 수 있지만 확진자는 투표함까지 이동할 수 있다”며 “사무원의 ‘대리 투입’을 ‘필요한 조치’로 판단한 것은 직접투표를 강조한 법률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정희 위원장 등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잇따랐고, 결국 노 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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